[사설] 첨단기술 유출은 중대 범죄…초격차 못지않게 지키는 것도 중요

입력 2023-06-08 17:34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경제단체로는 처음으로 첨단기술 해외 유출 범죄의 양형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지금 같은 솜방망이 처벌로는 글로벌 기술패권 전쟁에서 낙오할 게 뻔하다는 위기감에서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 유출 범죄는 93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3분의 1가량은 반도체 2차전지 등 핵심 전략산업 관련 기술이었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이 입은 피해액은 2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처벌 수위는 턱없이 낮다. 지난해 1월 최첨단 3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 공정 관련 기술 기밀을 밖으로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직원은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가 미국 인텔로 이직을 준비하던 중 사진을 찍어 확보한 3나노 공정은 세계에서 삼성전자와 TSMC 두 기업만 양산에 성공한 기술이다.

한국은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국가 핵심기술 해외 유출 시 3년 이상 징역과 15억원 이하 벌금, 그 외 산업기술 유출 시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처벌은 미흡한 실정이다. 2015년부터 8년간 기술 유출 관련 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365명이다. 이 중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람이 292명(80%)이고, 실형을 산 사람은 73명(20%)에 그쳤다. 미국은 ‘경제 스파이법’을 통해 국가전략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다 적발되면 간첩죄 수준으로 처벌하고 있다. 피해액에 따라 징역 30년형 이상도 가능하다. 벌금은 최대 500만달러(약 65억원)다. 대만은 지난해 국가안전법 개정을 통해 군사·정치 영역이 아닌 경제·산업 분야 기술 유출도 간첩행위에 포함시켰다.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자 안보 자산인 전략기술을 훔쳐 국외로 팔아넘기는 것은 중대 범죄이자 매국적 반역 행위다. 첨단기술을 둘러싼 각국의 패권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기술탈취 범죄도 늘어날 공산이 크다. 대법원은 이번 기회에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대폭 높여야 한다. 초격차 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지켜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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